독일 취재진, “군대로 백승호를 잃는 일은 없겠지?”
17일 오후(이하 현지 시각), 백승호(22)는 다름슈타트 홈구장에서 구단 담당 취재진을 만났다. 독일 취재진은 약 15분 동안 질문을 던졌다. 다름슈타트 첫인상과 목표,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절 이야기 그리고 군 문제까지. 백승호는 생각보다 다양한 범위의 질문을 받아 놀란 눈치였다.




다름슈타트 취재진은 백승호가 구단에 입단한 날부터 인터뷰를 요청했다. 구단에서는 쉽게 일정을 짤 수가 없었다. 백승호는 입단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국가대표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가야 했다.


9월 3일 A매치로 떠난 그는 11일 오후 다시 팀에 돌아왔다. 다름슈타트 취재진은 다시 한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에도 어려웠다. 당장 15일에 2019-20 2.분데스리가 6라운드 뉘른베르크전이 있기 때문이다. 백승호는 팀과 발을 맞출 시간이 딱 3일뿐이었다. 구단 관계자 얀 베어그홀츠는 뉘른베르크전이 끝난 후 현지 미디어와 백승호와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17일 오후 6시 30분 훈련을 앞두고 드디어 백승호가 현지 취재진과의 만남을 가졌다. 얀 베어그홀츠는 “백승호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그가 바르셀로나 유소년으로 뛰었다는 점도 흥미로워한다. 또 국가대표 경기도 뛰었기 때문에 현지 취재진의 기대가 크다. 계속 그와 만나고 싶어 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인터뷰를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백승호는 "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라며 멋쩍어했다. 스페인에서는 현지 취재진이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는 백승호는 "이런 좋은 상황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잘 뛰어야겠다"라고 웃었다.




다름슈타트 지역지 <다름슈타터 에코>의 얀 펠버, <릴리엔블로그>의 슈테판 코엔라인 기자가 자리했다. 그들은 백승호를 보자마자 악수를 하고 포옹했다. “다름슈타트에 온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라며 웃었다. 얀 베어그홀츠 구단 관계자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백승호가 독일 취재진과 나눈 대화 전문을 공유한다.


스페인에서 다름슈타트로 이적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승호: 일단 많이 뛸 수 있는 구단을 찾고 있었다.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줘서 이적을 결심했다.


바르셀로나라는 세계적인 클럽에서 유소년으로 뛰었다. 어땠나?


백승호: 확실히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라 배울 점이 많았다. 


그런 최고의 구단에서 1군 선수들을 바라보며 성장해서 큰 도움이 됐다.


메시랑도 훈련을 해봤나?


백승호: 1군과 훈련은 자주 해서 당연히 메시와도 뛰어봤다. (메시는 좋은 선수던가?) 하하,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름슈타트에 오기 전 이 구단에 관해 뭘 알고 있었나?


백승호: 정확히 알고 있던 것은 없었다. 내게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 찾아보니 차범근 감독님과 (지)동원이 형이 뛰었던 팀이라는 걸 알았다.


그게 이적하는 이유이기도 했나?


백승호: 그것도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일단 내가 이 팀을 굉장히 좋게 봤다. 팀이 내게 정말 적극적이었다.




‘붐 차(Bum Cha)’는 군대 문제로 한 경기 뛰고 다시 한국으로 가야 했다. 백승호의 군대 문제는 어떤지 궁금하다


백승호: 나는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웃음)


그럼 우리가 백승호라는 좋은 선수를 잃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건가?


백승호: 아이,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매 경기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독일과 스페인 축구의 차이점을 조금 느꼈나?


백승호: 스페인은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축구를 했다면, 독일은 좀 더 다이렉트로 밀고 나가는 축구를 하는 것 같더라. 피지컬이 정말 중요한 축구인 것 같다.


분데스리가에서의 커다란 목표는 무엇인가?


백승호: 일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싶다. 가장 좋은 건, 다름슈타트와 함께 분데스리가 1부로 승격하는 것이다. (일동 환호)


마지막으로 이름 좀 발음해달라. 이름이 꽤 어렵더라


백승호: 승, 호, 백. ‘백’이라고 부르면 된다. ‘승호’는 발음하기 어려울 것이다.(웃음)


인터뷰가 끝난 후 얀 펠버 기자는 "백승호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의 데뷔전을 본 취재진 모두 좋은 평가를 내렸다. 60분 동안 팀을 정말 많이 도왔다. 앞으로 얼만큼 더 많은 도움을 줄지 궁금하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