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에인절스는 왜 류현진에게 '최대 3년'만 제시했을까

다저스·에인절스는 왜 류현진에게 '최대 3년'만 제시했을까 

[스타뉴스 댄 김 재미 저널리스류현진. /사진=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결국 ‘코리안 몬스터’를 품에 안았다. 류현진(32)은 지난 7년간 눈에 

익었던 ‘다저 블루’ 대신 ‘토론토 블루’ 유니폼을 입게 됐다.

류현진이 토론토를 선택한 것은 사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번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토론토가 꾸준하게 류현진 영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류현진이 실제로 토론토로 가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지난 7년간 정이 들어 ‘제2의 고향’이 된 LA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LA 팀들인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모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막강한 재정적 파워를 지닌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마음 먹고 나선다면 토론토는 물론 그 어느 팀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류현진이 ‘제2의 고향’ 같은 LA의 두 팀을 제쳐두고 모든 것이 낯설 뿐 아니라 

아예 나라부터 다른 토론토로 떠나가는 시나리오는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희박해 보였던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토론토가 절실하게 류현진을 원했더라도 류현진이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적극적인 러브콜’를 뿌리치고 토론토행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 류현진이 토론토로 간 이유는 단 하나, 

기대했던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없었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처음부터 그를 절실하게 원했지만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다저스나 에인절스 모두 팀 사정상 류현진이 꼭 필요한 것으로 보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의 오퍼에서는 토론토만큼의 절실함이 없었다.

절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는 오퍼의 계약기간이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유력한 설명은 토론토가 4년 계약을 제시한 반면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3년 이하에서 오퍼가 멈췄다는 것이다.

 결국 류현진은 자신을 가장 잘 대우해준 팀을 선택한 것이다.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 /AFPBBNews=뉴스1그렇다면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왜 류현진에 4년 계약을 주기를 꺼려 했을까. 

당연히 류현진의 과거 부상 이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어깨 부상 경력이 있고 또 내년 3월이면 만 33세가 되는 류현진에게 4년 계약을 주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설사 평균연봉을 높여주더라도 3년 또는 그 이하 기간으로 붙잡기를 원했을 것이다.

물론 토론토도 그 위험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구단 입장에서 위험성이 큰 투자라고 해도 구단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류현진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최대 6~8개 팀과의 경쟁에서 이겨 에이스감인 류현진을 붙잡은 것으로 인해 토론토는 

확실하게 주목해야 할 팀으로 변신했다. 진정한 플레이오프(PO) 경쟁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토론토가 이번 오프시즌에 거둔 전력보강 효과를 보면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맹주 뉴욕 양키스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과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론토는 올해 67승95패로 시즌을 마쳤다. 선두보다는 꼴찌에 훨씬 더 가까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희망이 있었다. 이제 막 빅리그에서 발걸음을 내딛은 ‘슈퍼스타 2세’ 루키 트리오인 블라드리어 게레로 주니어와 보 비셰트, 케이반 비지오는 새로운 시대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팀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강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PO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을 현실로 바꿀 출발점은 선발진의 재건이었다. 토론토는 올해 무려 21명의 선발투수를 기용해 

1915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사상 한 시즌에 두 번째로 많은 선발투수를 쓴 달갑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소위 ‘오프너’ 작전(불펜투수를 선발로 내보내 1~2이닝을 맡기는 것)에 따른 것이었다.

토론토에 합류한 태너 로아크. /AFPBBNews=뉴스1

그런데 이번 오프시즌에 토론토는 선발진을 완전히 새로 구축했다. 류현진에 앞서 또 다른 FA 우완투수 태너 로아크를 2년 2400만 달러에 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또 다른 우완투수 체이스 앤더슨을 데려왔다. 

또 일본에서 건너온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 야마구치 슌(32)도 2년 600만 달러 계약으로 붙잡았다.

야마구치는 불펜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올해 요미우리에서 15승4패, 평균자책점 2.91, 188탈삼진으로 

일본 센트럴리그 다승과 삼진왕에 오른 선발투수다. 그가 성공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한다면 토론토는 이번 오프시즌에 류현진까지 총 4명의 선발투수를 새로 확보한 셈이 된다. 여기에 기존의 선발 멤버들인 맷 슈메이커와 라이언 보루키, 트렌튼 손튼 등이 제5선발을 다투는 시나리오는 

토론토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주목할 선수는 토론토가 애지중지 키워온 넘버1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23)이다.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피어슨은 6피트 6인치(199cm), 체중 245파운드(111Kg)의 당당한 체격에서 시속 100마일(162km)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확실한 에이스 잠재력을 지닌 우완 파워피처다. 내년 시즌 중반 이전에 빅리그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 피어슨이 기대대로 성장해 팀에 합류한다면 

토론토의 선발진은 올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지게 된다.

게다가 토론토는 아직도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투수 추가 영입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의 좌완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류현진 계약이 성사된 후에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보스턴의 데이빗 프라이스. /AFPBBNews=뉴스1

프라이스를 데려오려면 그의 엄청난 잔여계약(3년 9600만 달러) 중 상당부분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류현진이 합류한 지금엔 그에 대한 절실함이 다소 경감됐지만 

그럼에도 적절한 수준의 절충이 이뤄진다면 프라이스가 토론토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오프시즌의 상당한 전력보강에도 토론토가 양키스에 도전장을 낼 만한 팀이 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팀의 다른 포지션에는 눈에 띄는 아킬레스건들이 여럿 보인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아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였던 선발진의 안정을 이뤄내면서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특히 올해 메이저리그의 최대 화젯거리를 제공했던 토론토의 슈퍼 루키 트리오가 내년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에 토론토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를 실제적인 성과로 바꿔놓는 것이 이제 팀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역할이다. 그

를 간절히 원했던 토론토의 부름에 응답한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AL 무대에 적응해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토론토는 당장 내년부터라도 험난한 AL 동부지구에서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류현진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4년간 8000만 달러라는 역대급 풍성한 선물을 받았지만 

그의 계약은 또한 토론토 팬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고 있다.